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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시생 정보

[일기] 필기컷과 최종불합격에 대하여

첫 시험에서는

'처음에 합격하는 건 무리였지'

하고 나를 다독였다

 

그러고 다음해에 필기합격을 했다

사실 떨어진 줄 알고

도서관 앞에서 맥주 한캔하면서 울다가

필기합격자 명단에

내 수험번호가 있는 걸 발견했다

 

정말 뒤통수를 맞은 듯

몇 번을 내 번호가 맞는지

잘못 안 건 아닌지 

손을 부들부들 떨며

폰을 확인했다

 

벤치에 앉아 펑펑 울었던 거 같다

지금도 생각하니 다시 눈물난다

 

합격했다는 이 수험번호가

내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

너무 감동스러웠다


그 마음은 잠시..

1.1배수라는 사실이 생각나서

필기 컷을 보니 

딱 내가 필기 컷이었다

 

공부를 할 때 보통 필기컷만

공개가 되다보니

그 점수만 보게 되는데

그건 최종합격 점수가 아니다

 

그냥 떨어질 때보다

필기합격 꼴찌라는 사실은

정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왔다

 

혹시나 하는 마음에

면접을 준비 안할 수도 없고

어차피 떨어질 걸 알면서

준비하는 마음은 정말 비참했다

 

사실 선택지는 없었다

 

'일말의 가능성을 내다보고

최선을 다해야지

우수라는 제도도 있잖아'

 

이렇게 달래며 열심히 준비했지만

최종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

 

그냥 필기에 떨어졌을 때는

몇 주 지나고 회복해서

공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

최종불합격은 그게 잘 되지 않았다

 

몇 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다

정상이 보이는 거 같았는데

출발점으로 돌아온 거니까

공부가 손에 안잡혔다


하지만 그 다음해에 최종합격했다

 

혹시 최종불합격을 경험한 분이 있다면

거의 다왔으니 

잠깐 산정상이 안보이더라도

이만큼 올라온 건 맞다고

말씀드리고 싶다

 

앞 산을 30분만에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

2시간 걸려서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

 

조금 더 걸릴 뿐이지만 

나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음을

기억했으면 좋겠다

 

 

구름에 가려져 '하금옥' (박노해 글)